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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대는 문명개화의 꿈에 매혹되었고 제국주의 폭력에 짓밟혔다. 이 문명개화는 곧 서구화였고, 한국인이 수천년의 역사속에서 이미 이룩한 문명은 개화의 추동력에 합류할 수 없었다. 20세기 초의 한반도에서 과거는 미래를 감당할 힘을 상실했고 억압과 수탈을 위장한 문명개화는 약육강식의 쓰나미로 다가왔다.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그의 몸은 대의와 가난을 합쳐서 적의 정면으로 향했던 것인데, 그의 대의는 후세의 필생이 힘주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몸과 총과 입으로 이미 다 말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 작가의 말 중에 -
김훈 작가님의 <하얼빈>입니다. 얼마전 영화를 보고 다시 읽었습니다. 영화와 책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영화는 특성상 많은 부분을 다루기는 힘들겠죠. 책은 안중근을 비롯해서 이토 히로부미, 빌렘과 뮈텔 신부, 우덕순을 비중있게 다룹니다.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후, 감옥에서 안중근 의사가 죽기 전까지도 많은 부분 할애하고 있습니다.
여순 감옥 공동묘지에 묻힌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찾지 못했고 반면 이토 히로부미 무덤은 도쿄에 왕릉처럼 꾸며져 있다고 합니다. 힘이 없었던 국가, 나라를 빼앗긴 힘없는 국민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게 아닐까요?
안중근의 차남 안준생과 큰딸 안현생이 이토의 후손에게 아버지 안중근의 죄를 대신해 사죄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대의를 이해 못 한 것에 대해 안타깝기도 합니다.
하얼빈을 가는 과정, 이토를 암살하고, 재판을 받고, 사형을 당할때까지의 안중근 의사의 행적과 그때의 심정등을 느낄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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