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승부 : 無心(무심)과 誠意(성의)

 

어제 밤늦게 영화 <승부>를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이미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평이 나 있었고 지인분도 추천을 해 주었고요. 처음엔 반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끝까지 보고 잤습니다. 

<승부>는 사제지간인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바둑은 인기기 시들하지만 90년대만 하더라도 인기가 엄청났죠. 웬만한 사람들은 조훈현과 이창호의 이름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출처 : 넷플릭스

조훈현 9단을 연기한 이병헌, 이창호 9단을 연기한 유아인 두 사람의 연기가 볼 만합니다. 돌부처로 알려진 이창호 9단의 과묵한 연기를 유아인이 잘 소화한 듯합니다( 조금 시끄러운 스캔들이 있었지만 연기와는 구별해서 보기로 하지요). 이병헌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저는 이창호 9단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김강훈 아역배우가 그냥 귀엽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송중기 아역 역할을 했었죠. 뭔가 천재적이며 당돌한 이미지로 잘 나옵니다. 

이창호 9단이 영화에 자주 신발끈을 못 매 헤매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창호9단은 신발끈을 잘 못 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조훈현 9단 아내분이 찍찍이 신발을 사서 주었다고 합니다. 군 4주 기초 군사훈련 때도 군화에 똑딱이를 달아줬다고 기사에 나오기도 했죠. 

조훈현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진 후에 방황하고, 이기고도 웃지 못하는 제자, 이 두 사람을 보는 아내, 결국에는 다시 좋은 승부를 겨루는 것까지 잘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습니다. 

출처 : 넷플릭스

후반부 사제 대결전 바둑판 뒷판에 조훈현 9단은 無心(무심), 이창호 9단은 誠意(성의)를 씁니다. 조훈현 9단은 마음을 비우고 임하고 이창호 9단은 성의를 다해 임한다는 이야기겠죠. 눈 내리는 날 두 사람의 바둑 대결 장면에 진한 여운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