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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흰>입니다.
모국어에서 흰색을 말할때 '하얀'과 '흰'이라는 두 형용사가 있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은 '흰' 책이었다. 그 책의 시작은
내 어머니가 낳은 첫 아기의 기억이어야 할 거라고,
그렇게 걷던 어느날 생각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 책속의 문장들
두 손에 페인트 통과 붓을 들고 엉거주춤 서서, 수백개의 깃털을 펼친 것처럼 천천히 낙하하는 눈송이들의 움직임을 나는 멍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p15-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 눈을 감아도 떠도, 걸음을 멈춰도 더 빨리해도 눈썹을 적시는, 물큰하게 이마를 적시는 진눈깨비. -p59-
하얗게 웃는다, 라는 표현은 (아마) 그녀의 모국어에만 있다. 아득하게, 쓸쓸하게,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으로 웃는얼굴. 또는 그런 웃음. -p78-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p81-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같은 죽음이 그 얼굴 뒤에 끈질기게 어른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p96-
첫 딸아이를 잃은 이듬해 어머니는 두번째로 사내 아기를 조산했다. 첫 아기보다도 달수를 못 채우고 나온 그는 눈 한번 떠보지 못한 채 곧 죽었따고 했다. 그 생명들이 무사히 고비를 넘어 삶 속으로 들어왔다면, 그후 삼년이 흘러 내가, 다시 사년이 흘러 남동생이 태어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가 임종 직전까지 그 부스러진 기억들을 꺼내 어루만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만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야 한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어둠과 빛 사이에서만, 그 파르스름한 틈에서만 우리는 가까스로 얼굴을 마주본다. -p117-
끝에 40여페이지에 이르는 권희철(문학평론가)님의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제목으로 한강 작가님의 소설에 대한 비평이 있다. 읽어보면 한강 작가님에 대한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다.
<흰>에서 문득 너덜너덜한 삶의 얼룩이 흰것으로 덮일 때, 그것은 상처를 치유하는 거즈라기보다, 가장 근본적인 차원이자 궁극의 가능성의 심층으로부터 무엇인가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 원리상 이미 언제나 허락되어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하다. -p171-
그러나 무엇인가가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꿈틀거리고 있다는 말은 보기만큼 희망적인 말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섬뜩하거나 공포스러월 수 있는데, 왜냐하면 궁극의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흰'은 언제라도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현존을 지워버리고 근원적인 차원으로 내려가 다시 시작하기를 강요할 가능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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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만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야 한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문장이었다.
나는 섬에서 8남매중 막내로 태어났다. 만약 도시에 살았다면 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이 7명이나 되는데 뭐가 부족해서.섬이라 아버지? 어머니? 둘중 한분이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태어났다고 들었다. 우리 가족은 열악한 환경인 섬에서 운좋게 아무도 죽지 않고 자랐다.
한강 작가는 2명의 언니,오빠를 태어나자마자 하늘로 보낸 이후에 태어났다. 만약에 아기들이 죽지 않았다면 저자는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한 생각에서인지 저자는 삶에 대해 더 진중하고 허투로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내 눈에는 보이는 듯 하다.
한편 한편이 시 같은 글이다. 좀 더 정신차리고 읽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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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예스24
고독과 고요, 그리고 용기.이 책이 나에게 숨처럼 불어넣어준 것은 그것들이었다.2018년 봄,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 년 전 오월에 세상에 나와 빛의 겹겹 오라기로 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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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한강 - 교보문고
흰 |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흰』. 2018년 맨부커 인터네셔널 부문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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