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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같이/육아

후츠파(chutzpah)

by 책과같이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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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된 아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면서 어린이집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옵니다. 

4개의 그네를 차례로 타고서 미끄럼틀을 한번 탄 다음 시소를 탄 후에 집에 오곤 합니다.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들도 거의 다 비슷합니다. 

미끄럼틀을 중심으로 그네와 기타 다른 것들이 있죠.

우리나라의 놀이터가 거의 비슷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놀이터에는 낡은 가구, 농기계, 사다리, 침대, 타이어, 드럼통, 오븐, 선풍기,

찻잔, 식기, 천, 소쿠리, 깡통, 종이, 빨대 등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쓰레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쓰레기장 놀이터가 있는 곳은 어느 나라일까요?

스타트업은 2000명당 한개 꼴로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이며

인구가 800만의 작은 나라에 스타트업만 5000개 이상이며 규모가 꽤 큰 기술 수업도 수천에 이릅니다.

또한 2018년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나스닥 상장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1966년 이후로 다양한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12명이나 배출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정답은 이스라엘입니다. 

 

쓰레기장 놀이터가 우리 놀이터와 다른 점은 아이들이 단순히 주어진 환경 안에서 노는데 그치지 않고 주변을 변화해

나간다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철제드럼통,타이어,나무판자를 가지고 집이나 성을 짓기도 하고 자동차를 만들기도 합니다.

커피 테이블 위에 유아용 카시트 4개를 아슬아슬하게 올려 자동차 좌석을 꾸미고 커다란 깡통으로 헤드라이트를 표현합니다.

그리고 쓰레기더미에서 진짜 운전대를 찾아 자동차 한 대를 뚝딱 완성합니다. 

아이들이 쓰레기장 놀이터에서 원래의 용도는 완전히 무시하고 물건을 부수고 합치며 다양한 방식으로 놀이를 즐깁니다.

그렇다고 쓰레기장 놀이터가 무법지대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본적인 규칙은 명확히 알려주되 이규칙만 지킨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노는 것을 허용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안전을 맡김으로써 믿음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아이가 기업가로 성장하는데 반드시 쓰레기장 놀이터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쓰레기장 놀이터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타인과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어른의 삶을

연습하는 장소로,철학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어린시절 쓰레기장에서 뛰노는 경험은 기업가에게 요구되는 덕목인 위기관리능력, 독립심, 갈등 해결 능력, 팀워크를

배양한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 있습니다. 

후츠파(chutzpah)입니다.

 

 

 

 


저자 인발 아리엘리는 이스라엘 첨단 기술 산업 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꼽혔으며, 기술 경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여성 연설가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습니다.

텔아비브대학교에서 법학 및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동대학원에서 기업가 정신 및 전략 MBA를 취득했고

전 세계 기업의 임원 및 고위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이스라엘이 이루어낸 혁신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수많은 인재의 배출 및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들어 내는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지 히브리어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후츠파'입니다. 

후츠파 CHutzpah

무례하고 공격적인 사람 또는 행동 혹은 담대하고 용감한 사람 또는 행동

이스라엘 사람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가 주어지면 기쁜 마음으로 무모할 정도로 목표 달성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한다.

그리고 목표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후츠파는 삶을 대하는 확고한 자세로,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고집이 세고

무례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긍정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2008년에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라는 로봇을 달에 착륙시켜 영상또는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 구글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주최한 공모전이 있었다. 

우승팀에게는 2000만달러의 상금이 수여되지만 로봇을 우주로 보내려면 최소 3억달러가 필요했으니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전세계 각국에서 공모전에 참여한 팀 대부분이 포기했고 구글은 대회를 최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팀만이 꿋꿋이 도전해 10년뒤 거미와 비슷한 모양을 한 무인탐사선 베레시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주인공은 후츠파의 나라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야리브, 크피르, 요나탄이었다. 

후츠파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과제에 도전할 용기를 불어넣는다.

 

두 번째는 '발라간'입니다.

발라간 Balagan

질서가 없어 보이나 기회와 약속이 가득한 혼돈의 상태

발라간은 러시아에서 유래한 단어로 이스라엘에서는 지저분함, 즉 미리 정해진 질서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규칙을 통해 아이들에게 예의, 질서, 배려를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발라간을 통해 아이들은 이 세상에 처음부터 정해진 규칙과 질서가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규칙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아이가 놀이에 참여하면 기존에 어울려 놀던 아이들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규칙이 없으니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질서 정연한 환경에서는 관습적인 생각에 머물렀지만 혼란스러운 환경에서는 

신선한 시각을 가졌다.

알베르토 아인슈타인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 지저분한 책상이 지저분한 정신을 의미한다면 빈 책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뉴욕타임스>의 페넬로페 그린" 지저분한 책상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상징한다."

신경심리학자 제러드 폴락" 완벽한 정리정돈은 인생의 예측 불가능한 면을 부정하고 통제하려는 헛된 시도일 뿐"

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세 번째 '리즈롬'입니다. 

리즈롬 leezrom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을 지닌다. 
인생에서 예상치 못하게 일어난 사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계획에 없던 일에 기꺼이 참여하면서
인생을 관망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스라엘에서는 대부분 부모가 저녁 6~7시가 돼야 귀가한다. 

아이들은 보호자 없이 오후를 보낸다. 자신을 돌보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배우고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이스라엘에서는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본다. 또한 정해진 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니길

장려한다. 

이스라엘 사람에게 리즈롬은 삶의 방식으로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일을 개방적인 태도로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준다.

리즈롬은 단순히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순간을 즐길 힘을 뜻한다.

 

네 번째는 '레우트 또는 아크밧 로카밈' 입니다. 

레우트 또는 아크밧 로카밈

우정을 의미하며 군인이 복무 동안 배우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 우리나라 사람은 일반인과 군인 이렇게 나눌 수 있어"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군대와 사회는 단절된 문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군대는 일반적인 군대 하고는 문화 자체가 정말 다르다.

정식 입대 절차는 17세 무렵부터 해서  남자는 32개월 여자는 24개월 의무 복무 기간을 갖는다. 

4개월 이상 훈련을 통해 개인의 가장 적합한 보직을 찾는다. 개인의 잠재력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훈련기간이 끝나면 대부분의 군인은 선임을 이름으로 부른다. 그리고 대부분이 최소 20일에 한 번은 휴가를 내고 고향을 방문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입대하는 순간부터 장비와 군복, 심지어 무기까지 자신의 몸에 맞게 개조한다.

특히 이스라엘 방위군은 선발 과정에서부터 형제애와 배려심에 가장 큰 가치를 두며 복무 후에도 끊임없이 동지애를 강조한다. 

 

다섯 번째 '이히예 베세대'입니다.

이히예 베세대 yiheye beseder

어떤 상황에 처해도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맹목적인 일만큼 긍정적인 신념을 가졌다. 

히브리어로는 이를 '이히예 베세대' 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벤처캐피털 피탕고를 설립한 페레스는 이야기합니다.

" 결국 낙관주의는 신념이나 다름없어요. 어떤 일이든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거라고 믿어야 합니다.

낙관주의는 신념인 동시에 도구이자 마음 가짐이에요. 낙관주의는 여러분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동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낙관주의 없이는 기업가 정신도 없어요."

그리고 " 뭐든 다 잘될 거라고 말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말만 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일이 다 잘되도록

행동해야죠. 제대로 노력하지도 않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면 어리석은 생각이에요.

'이히예 베세대'는 항해를 돕는 순풍과 같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주죠. 하지만 올바른 방향을

찾는 건 항해사의 몫이에요. 항해사에게 바람과 나침반이 필요하듯 기업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세상의 수많은 기업가에게 바람이 따르거나, 나침반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기업가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결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리고 놀라우리만치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정학적인 면에서 이스라엘이 결코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상처럼 미사일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언제 테러가 터질지 모르는 나라가 꾸준히 경제성장을

이루어내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에서 살다 보니 이스라엘 사람들이 늘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그런 삶을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패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실패에 관대하고 청소년부터 군대 그리고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있는 문화는 부러운 부분입니다.

특히 군대의 수평적인 문화는 조금 놀라웠습니다.

요즈음 아들을 어떻게 하면 잘 자랄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또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읽었던 책중에서 최고의 육아 지침서중에 하나입니다.

저자인 인발 아리엘리처럼, 아직 어리지만 아들 준후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적재적소에 후츠파를 활용하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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