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빼기가 이토록 어려운 걸까?
현대인에게 고혈압과 뇌졸중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투에서 살아남은 군인들은 왜 갑자기 자살하는 걸까?
<리 골드먼> 박사는 한때 우리 종을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로부터 살아남게 해 준 핵심 보호전략들이야말로 현대사회에 만연한 질병과 사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지은이 리 골드먼 박사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심장병 전문의로, 현재 컬럴비아대학교 의학건강과학대학원 학장, 컬럼비아대학병원 원장 겸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미국의학원 회원이며 미국일반내과의사협회, 미국의사회, 미국의대교수협회가 수상하는 최고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난번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난후 책장에 1년 넘게 꽂혀있던 책 <진화의 배신>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에 비해 책장이 잘 넘어갔습니다. 일단 어떤 전문적인 진화론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류의 생존에 필요했던 유전적 특성이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되었는데,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우리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동안 급속히 발전했습니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시작된 지 20만 년 전에 비하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의 시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뇌를 사용해 환경에 대단한 변화를 일으겼습니다. 반면 세대가 흘러도 이전 세대의 DNA를 완벽하게 반복하도록 만들어진 우리 신체는 계속해서 느린 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의 유전자가 현대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인류를 생존시킨 4가지 형질과 그 부작용 및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합니다.
일단 표를 단순하게 만들어보았습니다. ( 너무 단순화 한듯 합니다.^^;;)
진화 | 보호전략(원인) | 진화의 배신 | 해결방안 | |
1 | 굶주림, 음식 | 지방저장능력 | 비만,당뇨 | 더 적게 먹고 더 많이 운동하자. |
2 | 물, 소금 | 탈수증 예방 | 고혈압 | 저염식으로 식사하자. |
3 | 위험,기억,두려움 | 죽음을 피하려는 극도의 방어전략 | 불안, 우울증 | 현대의학(심리치료,약물)의 도움을 받자. |
4 | 출혈, 응고 | 출산과 폭력상황에 빠른 응고 | 심장질환, 뇌졸증 | 더 많이 움직이자. |
1. 굶주림, 음식 그리고 비만과 당뇨라는 현대병 : 더 적게 먹고 더 많이 운동하자.
지구상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인간은 몸에 필요한 열량을 제공하는 음식을 간절히 원했다. 우리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할 능력이 있어서 음식이 풍부할 때 과식을 해서라도 남은 열량을 지방으로 축적해 다음에 찾아올 기근을 이겨낼 수 있다.
굶주림은 개인뿐 아니라 생물종 전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에 우리의 본능과 인체 내 조절 장치는 전부 과식을 해서라도 당장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쪽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울어 있다.
영양실조와 굶주림은 인간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 우리는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 소화하도록 하는 유전자와 주기적인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아 종을 보존할 수 있게 지방을 넉넉히 저장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후손인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음식이 더 풍부해지면서 우리 몸에 필요한 열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현대식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육체노동을 할 필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냉장고 음식이 넘쳐나는 마트, 피자, 해피밀 등을 갖춘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조상들이 겪었던 식량부족을 평생 겪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전 형질은 마치 그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우리 몸을 작동시키다.
미국에서 비만은 수명을 6년가량 단축시킨다. 정상 체중인 사람과 비교했을때 비만인 사람은 당뇨병,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심장 질환을 보일 확률이 훨씬 높다.
2. 물, 소금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현대병 : 저염식 식사를 하자.
구석기 사람들은 현대인보다 더 많은 육체활동을 해야 했으므로 우리보다 더 많은 열량이 필요했다. 거기에 더해 그들은 땀을 더 많이 흘렸다. 특히 원래 인류가 살던 아프리카라는 환경에서 활동적인 생활을 하는 데는 더 많은 양의 물과 소금이 필수적이었다.
몸에 물과 나트륨이 부족하면 탈수 현상이 일어나 몸 전체에 혈액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최저 수준 이하로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 혈압이 너무 낮아지면 우리는 기절하거나 죽는다.
몸에 물과 나트륨이 조금 더 있으면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를 하거나 한동안 물을 못 마시는 일이 있어도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몸에 물과 나트륨이 조금 남는 것은 걱정하기 보다는 너무 없는 것을 걱정하는 쪽으로 몸의 미세조정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합당하다.
고혈압 중 약 95%는 나트륨 조절 장치가 잘못 맞춰져서 생긴다. 탈수증 방지를 위해 체내 나트륨을 보존하거나 동맥을 수축하는 일을 맡은 호르몬 중 하나 이상이 과다 분비되었을 때 이런 현상이 생긴다.
고혈압으로 동맥이 손상되어 막히면 심장과 뇌가 죽는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우리 몸의 과잉 보호 성향을 더욱 부추겨 필요 이상으로 혈압을 높인다. 고혈압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소금을 더 먹으면 혈압은 더 올라간다. 우리는 하루에 1.5그램 이상의 나트륨은 필요치 않다.
이제 물과 소금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고 심지어 정맥 주사까지 쉽게 맞을 수 있으니 탈수증을 일으키기 쉬운 활동을 하며 살던 우리 조상들을 구했던 형질들을 온전한 축복으로만 볼 수는 없게 되었다. 미국 내 사망 원인의 15퍼센트를 차지하는 고혈압이 탈수증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3. 위험, 기억, 두려움 그리고 불안과 우울증이라는 현대병 : 심리치료와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된다.
우리 조상들은 각종 물리적 위험, 그리고 잠재적 가해자들과 끊임없이 대적해야 했다.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는지를 알고 학습하고, 기억하도록 도운 바로 이 두려움에 기초한 극도의 경계 메커니즘은 상당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불안증, 공포증, 우울증, 심지어 자살에 이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불안을 불필요한 두려움 또는 필요 이상의 두려움이라 정의할 수 있듯이, 우울증은 지나치고 끈질긴 슬픔, 평범하거나 유익한 정도를 넘어선 슬픔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현대 미국 성인 10명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매년 4만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과학자들이 불안감, 두려움,우울을 촉발하는 정확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밝혀내려 애쓰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잘 이해된다. 불안감은 위험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고 두려움은 위험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거의 20만년동안 우리 조상들은 서로를 죽일 더 나은 방법을 개발하고 죽음을 면하는 더 나은 방어 전력을 세우는 진정한 의미의 군비경쟁을 해 왔다. 좋은 소식은 방어 쪽이 이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경쟁이 방어 쪽으로 너무 유리하게 기울어 살해당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해 원래 피하려 했던 폭력 자체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4. 출혈, 응고 그리고 심장질환과 뇌졸중이라는 현대병 : 더 움직이자.
선사시대에는 부상도 큰 걱정이지만 종종보존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출산에 따른 출혈이 더 큰 문제였을것이다.
수천 세대에 걸쳐 출산을 하고 폭력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피가 응고되어야만, 그것도 재빨리 응고되어야만 했다.
몸의 휴식 상태에 있을 때 약 4.7리터의 피가 우리 몸 전체를 1분마다 한 바퀴 돈다. 몇 시간 안에 약 1.9리터 이상의 피를 급속도로 잃으면 몸이 쇼크상태에 들어가고 심지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의학기술을 동원한 응급처치를 받아야만 한다.
이제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과다출혈로 죽을 위험이 가장 낮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혈액응고에 아주 능했던 사람들의 자손이므로 그들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특징은 산업화 사회에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들과 직접 연관된다.
혈액응고 방지 물질의 양이 줄거나 그런 물질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불필요한 혈전, 특히 압력이 낮고 피가 도는 속도가 느린 정맥에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당연히 높아진다.
이 현상은 우리가 활동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지 않을 때 더 두드러진다.
오늘날 미국에서 혈전으로 인한 질병(심장마비, 혈전성 뇌졸중, 폐색전)은 모든 사망 원인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인체의 혈액응고를 관장하는 조절장치가 미세조정 끝에 고정되었던 구석기시대에는 수천 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장거리 자동차, 비행기 여행으로 인해 생긴 다리 정맥의 혈전이 폐로 옮아가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은 너무나 먼 일이었다.
◆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자.
자연선택은 훌륭한 체제다. 수천 년에 걸쳐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아마 그 속도는 점점 가속이 붙어 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속화하더라도 자연선택의 속도가 지금까지 변해오고 또 앞으로 변해 갈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앓게 되는 질환 중 많은 수가 개인의 폭식이나 게으름 또는 정신적 나약함이 아니라 타고난 유전 형질 때문이어서 어느 정도는 조절이 가능하지만 완벽한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덜 비판적인 필요가 있다.
책에 비만이 어떻게 해서 당뇨병을 발생시키는지, 고혈압이 어떻게 우리 몸을 위험하게 하는지, 혈전이 어떻게 생기는지 등 의학적인 내용도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진한 피부색이 유리한지, 유당 소화력의 상실과 재활성화 등 흥미를 끄는 내용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유전자가 현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질환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비만인 사람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부정적인 시선은 거둬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타인에게 조금 관대한 시선을 가지고 자신한테도 좀 더 관대해지라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과 식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필요 이상의 음식과 소금을 섭취하고, 과도하게 불안과 우울을 느끼고,
혈액이 너무 잘 응고하는 이 타고난 형질을 막거나 되돌리는 일을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해내리라고 믿고 맡겨둘 수가 없다.
대신에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며
동시에 과학과 의학의 도움을 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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