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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어떤 삶을 살 것인가?

by 책과같이 2022.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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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님이 이어령 선생님께 질문하고 답한 내용들을 작가만의 언어로 엮어낸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을 듣는 것처럼 다른 때보다 더 진지하게 책을 보았습니다. 선생님의 깊은 지혜를 받기에는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반면 인터뷰를 한 김지수 작가님은 이어령 선생님의 가르침을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 김지수 님은 <조선비즈>에서 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읽어본 적은 없지만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한번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마지막 수업이 저에게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다가왔습니다. 

첫 번째, 꿀벌 같은 삶입니다. 

강원도에서 꿀벌 장수가 선생님을 찾아와 대뜸 "문학은 무엇입니까?" 물어봤을 때 이야기해 주신 내용입니다.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간은 개미처럼 땅만 보고 달리는 부류, 거미처럼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사는 부류, 마지막이 꿀벌이 있다네. 개미는 있는 것 먹고, 거미는 얻어걸린 것 먹지만, 꿀벌은 화분으로 꽃가루를 옮기고 스스로의 힘으로 꿀을 만들지.
비정형으로 날아다니며 매일매일 꿀을 따는 벌! 꿀벌에 문학의 메타포가 있어. 작가는 벌처럼 현실의 먹이를 찾아다니는 사람이야. 발 뻗는 순간 그게 꽃가루인 줄 아는 게 꿀벌이고 곧 작가라네."

 

두 번째, 손잡이가 달린 인간으로 사는 삶입니다. 

나와 너 사이. 그 사이에 나도 있고 너도 있다고. 사이를 강조하면서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 앞으로 점점 더 인터페이스 접속장치가 중요해. 이 컵을 보게. 컵은 컵이고 나는 나자. 달라. 서로 타자지. 그런데 이 컵에 손잡이가 생겨봐. 관계가 생기잖아. 손잡이가 뭔가? 잡으라고 있는 거잖아. 손 내미는 거지. 그러면 손잡이는 컵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
"서로의 것이죠."
" 컵에 달렸으니 컵의 것이겠지만 또 컵의 것만의 아니잖아. '나 잡아주세요'라는 신호거든. '손잡이 달린 인간으로 사느냐. 손잡이 없는 인간으로 사느냐.' 그게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세 번째, 화문석 같은 무늬가 있는 삶입니다.

강화도에서 무문석보다 화문석이 더 비싸다는 말에 따지는 내용입니다. 

" 이보시오, 어째서 손도 덜 가고 단순한 이 무문석이 더 비쌉니까?
" 모르는 소리 마세요. 화문석은 무늬를 넣으니 짜는 재미가 있지요. 무문석은 민짜라 짜는 사람이 지루해서 훨씬 힘듭니다. "
"그 소리를 듣고 내가 무릎을 쳤어. 화문석은 짜는 과정에서 무늬 넣을 기대감이 생기고 자기가 신이 나서 짜. 반대로 무문석은 오로지 완성을 위한 지루한 노동이야. 변화가 없으니 더 힘든 거지.
인생도 그렇다네. 세상을 생존하기 위해서 살면 고역이야. 의식주만을 위해서 노동하고 산다면 고된 인생이지만 고생까지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네."
"한순간을 살아도 자기 무늬를 살게."

 

네 번째, 99마리의 양보다 길 잃은 양처럼 사는 삶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100마리 양 중에 한 마리를 잃어버려서 한 마리를 찾아오는 이야기입니다. 

"99마리 양은 제자리에서 풀이나 뜯어먹었지. 그런데 호기심 많은 한 놈은 늑대가 오나 안 오나 살피고, 저 멀리 낯선 꽃향기도 맡으면서 제멋대로 놀다가 길 잃은 거잖아. 저 홀로 낯선 세상과 대면하는 놈이야. 
남의 뒤통수만 쫓아다니면서 길 잃지 않은 사람과 혼자 길을 찾다 헤매 본 사람 중 누가 진짜 자기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나. "
"스스로 일어설 줄 아는 한 마리 양이 자기 인생, 자기 조직의 리더가 되는 거라네."

디지털과 아날로그 그리고 죽음을 머리에 쏙 들어오게 비유해주신 내용입니다

◆ 디지털과 아날로그

십수 년부터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를 이야기해오시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뱀과 도마뱀의 비유로 들어 설명하신 부분입니다.

"여기 뱀 한 마리가 있다고 치세. 어디서부터가 꼬리인가?"
" 뱀은 전체가 꼬리야. 연속체지. 그게 아날로그일세."
"디지털은 도마뱀이야. 도마뱀은 꼬리를 끊고 도망가. 정확히 꼬리의 경계가 있어. 셀 수 없이 분할이 되어 있으면 그게 디지털이야. 아날로그는 연속된 흐름, 파장이야. 반면 디지털은 계량화된 수치, 입자라네. 이 우주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즉 입자와 파장으로 구성돼 있어.

◆ 죽음의 비유

소설가 최인호와 대화 중에 농담처럼 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 죽음은 신나게 놀고 있는데 엄마가  "애야, 밥 먹어라" 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죽음이라는 게 거창한 것 같지? 아니야. 내가 신나게 글 쓰고 있는데, 신나게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 불쑥 부르는 소리를 듣는 거야."

코로나가 죽음이 코앞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면서 한 이야기입니다. 

" 마스크 한 장 그게 생명이었어. 전 인류가 죽음을 잊고 돈, 놀이, 관능적인 감각에만 빠져 있다가 퍼뜩 정신이 든 거야. 자기 호주머니 속에 덮여있던 유리그릇 같던 죽음을 발견한 거야. 주머니에 유리그릇 넣고 다녀봐. 깨질 것 같아서 불안하지? 그게 죽음이라네. 코로나는 바로 그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안고 있는 우리 모습을 들춰냈어."

우리 시대가 감쪽같이 숨겨두었던 것이 죽음이라고.


꿀벌, 화문석, 길 잃은 한마리 양, 손잡이 달린 컵의 비유를 들어주시면서 선생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가며 자기만의 무늬를 만드는 유일한 존재가 되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수업을 받는 사람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어떤 현자가 가르치더라도 소용이 없겠구나.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어령 선생님의 삶의 지혜,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매일 책을 읽으며 같이 성장하는 [책과같이]가 되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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