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살 때 요즘은 인터넷서점인 'YES24'를 주로 이용합니다. YES24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월간 채널예스>라는 웹진이 발행됩니다. YES24 포인트 300원이면 구매할 수 있어서 책을 살 때 같이 사게 됩니다.
웹진을 자세하게 보진 않지만 장강명 작가의 칼럼은 좀 진지하게 읽고 있습니다. 매월 장강명 작가가 <장강명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라는 컬럼란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실은 몇권의 책을 냈는데 아직 보지는 않았습니다.^^;;)
기억으로는 tvN 프로그램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장강명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10월호에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하루키는 정말 대단한 작가 아니냐?"는 질문에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그리고 나는 왜 반박할 수 없지? 그런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결론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우리 시대의 문호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같은 시대를 살면서 그의 경로와 성취를 지켜본 것은 성장하려는 소설가로서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말입니다.
장강명 작가는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가장 뛰어난 단행본으로 꼽았습니다. 작가도 3년째 붙들고 있는 장편소설이 있다고 합니다. 잘 완성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여하튼 장강명 작가의 추천(?)으로 인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후>을 읽은 후 두 번째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1949년 일본 쿄토시에서 태어나 효고현 아시야 시에서 자랐다.
1968년 와세다 대학교 제1문학부에 입학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제81 외 군조 신인 문학 장르 수상하며 29세에 데뷔했다.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후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붐'을 일으켰다.
1995년 <태엽감는 새>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2년 <해변의 카프카>를 발표하여 2005년 영어 번역본이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한층 높였다.
2008년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하고 2009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예루살렘 상을
2011년에는 카탈로니아 국제상을 수상하여 문학적인 성과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저서로는 <1Q84>,<댄스 댄스 댄스>, <언더그라운드>, <기사단장 죽이기> 등 많은 작품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후반 <노르웨이의 숲> 원제로 나와 판매가 안 돼서 <상실의 시대>로 바꾸어 출판이 되었습니다. 그제야 팔리기 시작했더군요. 찾아보니 인기가 상당히 있었던 책이었더군요. 저는 책하고 친해진지가 얼마 안돼서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잠깐 멈칫했습니다. 제가 소설책은 많이 읽지 않아서요. 일단 읽기 시작하니 글이 흡입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잘 읽혔습니다.
소설은 37살이 된 주인공인 와타나베가 독일에 도착한 비행기 안에서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듣고서 20여 년 전을 회상하면서 시작이 됩니다. 주인공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20살 때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책에서는 3번의 죽음이 나옵니다. 첫번째는 17살에 친구 기즈키의 죽음, 두 번째 친구 미도리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은 사랑했던 나오코의 죽음입니다.
친구 기즈키의 죽음으로 인해서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삶은 이쪽에 있고 죽음은 저편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이죠
죽음은 삶의 대극적인 존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죽음은 나라는 존재속에 이미 갖추어졌고, 그런 사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 열일곱 살 5월의 어느 날 밤에 기즈키를 잡아챈 죽음은 바로 그때 나를 잡아채기도 한 것이다.
나는 그 공기 덩어리를 내 속에 느끼면서 열여덟 살 봄을 보냈다. 그렇지만 동시에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다. 심각해진다고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느꼈기 때문이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모든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 p 56 -
미도리가 부모님이 조금만 더 사랑해 줬더라면 하면서 와타나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충분하지 않아와 아주 부족해의 중간쯤. 늘 목이 말랐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듬뿍 사랑받고 싶었어. 이제 됐어, 배가 터질 것 같아, 정말 잘 먹었어, 할 정도로. 한 번이라도 좋아, 단 한 번만.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단 한 번도 나한테 그런 사랑을 주지 않았어. 어리광을 부리면 밀쳐버리고, 돈이 많이 든다고 불평만 하고, 늘 그런 식이 었거든.
- p 158 -
저도 처음엔 아들이 어리광을 부리면 잘 받아주지 못했습니다. 그냥 이유 없이 어리광을 부릴 수 도 있잖아요. 사랑받고 싶어서 그랬는데 조금 후회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래 어리광 피어봐 다 받아줄게' 하는 그런 마음인데 아직도 그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더라고요.^^;;
형이 저한테 "사람들이 사랑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생각보다 더 많이 주어야 돼 " 하는 말도 생각이 났습니다.
인생을 비스킷 깡통이라고 하는 표현도 나옵니다.
"인생이란 비스킷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 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 p 488 -
배경이 1960년대 후반이라서 주고받은 편지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리고 시적인 멋진 표현들이 많이 보입니다.
나는 그 방 안에서 세포 구석구석 피로의 한 방울 한 방울까지 짜내듯 깊이 잠들었다.
- p 214 -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새파랗고 가늘게 흩뿌려진 구름은 마치 시험 삼아 페인트를 슬쩍 칠한 것처럼
하늘 천장에 희뿌옇게 달라붙었다.
- p 276 -
네가 매일 아침 새를 돌보고 밭일을 하는 것처럼 나도 매일 아침 나의 태엽을 감아
- p 389 -
미도리가 기분 좋은 말을 해달라고 하니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네가 정말로 좋아, 미도리."
"얼마나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봄날의 곰?" 미도리가 고개를 들었다. " 그게 뭔데, 봄날의 곰이?"
"네가 봄날 들판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저편에서 벨벳 같은 털을 가진 눈이 부리부리한 귀여운 새끼곰이 다가와. 그리고 네게 이렇게 말해. '오늘은 아가씨, 나랑 같이 뒹굴지 않을래요.' 그리고 너랑 새끼 곰은 서로를 끌어안고 토끼풀이 무성한 언덕 비탈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하루 종일 놀아. 그런 거 멋지잖아?"
- p 452 -
나오코와 미도리에 동시에 끌리는 상황에서 나오코와 같이 지내는 음대를 졸업한 '이시다 레이코'가 이런 편지를 보냅니다.
동시에 나오코에게도 마음이 끌린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 건 죄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넓은 세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거든요. 날씨 좋은 날 노를 저어 호수로 나아가 하늘도 푸르고 호수도 아름답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
당신은 때로 인생을 너무 자기 방식에만 맞추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게 싫다면 마음을 조금 열고 그냥 흐름에 몸을 맡겨요.
············
그러나 뭐가 옳은지 그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그 누구의 눈길도 의식하지 말고, 이러면 행복해질 것 같다 싶으면 그 기회를 잡고 행복해져요. 경험적으로 볼 때 그런 기회란 인생에 두 번 아니면 세 번밖에 없고 그것을 놓치면 평생 후회하게 돼요.
- p522 -
나오코의 죽음에 주인공이 방황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친한 친구 기즈키의 죽음에서 깨우쳤던 것을 다시 한번 느끼지만 예기치 못한 나오코의 죽음에 대한 슬픔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조금 먹먹하게 다가왔습니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나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 p 529 -
개인적으로 내용중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남녀의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조금은 더 개방적인 일본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하루키는 음악 매니아로 알려져 있죠. 책에서도 비틀스를 비롯해 많은 노래가 나옵니다. 저는 모르는 게 태반이었습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틈틈이 유튜브로 노래를 찾아들었습니다.
나이 스무살은 고민이 많고 방황할 수밖에 없는 나이입니다. 주인공은 친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인해 더 혼란스러웠겠죠. 전 스무 살 때쯤 무엇을 했나 생각을 해봅니다. 조금은 생각 없이 대학에 가고 군대 생활을 보냈습니다. 졸업할 즈음에 전 방황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인생에 약간 아쉬운 장면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방황하는 청춘시절에 이 책을 만났으면 어떤 생각이었을까? 뒤늦게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매일 책을 읽으며 같이 성장하는 [책과같이]가 되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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