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어니스트 클라인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18년에 발표한 영화입니다.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게임이 등장하고 시간적 배경은 2045년이며 보통의 영화처럼 거대기업들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도입 부분에서는 드론이 피자를 정확히 사람에게 배달하는 모습이 나오며 많은 집에서 가상현실 장비를 사용하여 생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가능한 장면이었습니다.
오아시스(가상현실 게임)의 개발자이자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할리데이가 죽고 유언이 공개되는데, 오아시스 속에 자신이 숨겨둔 이스터에그(게임,영화,책등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를 찾는 이에게 오아시스의 운영권과 자신의 지분을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IOI라는 거대기업은 직원들을 동원해서 이스터 에그를 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칩니다. IOI는 게임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주인공을 찾아 죽이려고 합니다. 그런 IOI에 맞서서 이스터 에그를 먼저 찾기 위해 도전하는 웨이드 와츠라는 소년의 모험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상현실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본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 책을 보고 나서입니다. <메타버스>입니다.
저자는 인지과학을 전공했지만 게임에 푹 빠져들어, 심지어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게임을 제대로 가르치겠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걸 게임으로 풀어보려는 이상한 나라의 공상가이신 김상균 교수님입니다.
김상균
진득하지 못하고,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서 여러 분야를 옮겨 다니며 탐구했습니다. 로보틱스(학사), 산업공학(석사), 인지과학(박사), 교육공학(교환교수 시절)을 공부했습니다.
학부 3학년 시절 게임 개발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후 스타트업을 두 번 창업했고, 투자 기관의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2007년부터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메타버스하면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나왔던 HMD를 쓰고 게임하는 가상세계가 떠오릅니다.
저자는 메타버스를 기술연구단체인 ASF의 분류에 따라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의 네가지로 분류합니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1. 증강현실 세계( augmented reality )
현실 세계의 모습위에 가상의 물체를 덧씌워서 보여주는 기술입니다. 증강현실 콘텐츠를 경험해보면 마치 현실 공간을 배경으로 평행 우주 속 다른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포켓몬을 잡아 보셨나요? 자동차 앞 유리에 길안내 이미지가 나타나는 HUD를 사용해 보셨나요? 스마트폰 앱으로 책에 있는 QR코드를 찍었더니 책 위에 움직이는 동물이 나온걸 본 적이 있으신가요? 현빈과 박신혜가 나오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보셨나요?(저는 지나가다 잠깐 봤습니다. ㅎㅎ) 증강현실세계를 경험하신 겁니다.
2. 라이프로깅 세계( lifelogging reality)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여 저장하고 때로는 공유하는 활동을 라이프로깅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SNS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이 모두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 포함됩니다.
인스타그램에 오늘 먹었던 음식 사진을 올려보셨나요? 페이스북에 최근에 읽었던 멋진 책의 커버를 찍어서 올리셨나요? 공부하는 당신의 모습, 일하는 모습을 브이로그에 올리셨나요? 라이프로깅 세계를 즐기신 겁니다.
3. 거울 세계 (mirror worlds )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낸 메타버스를 거울 세계라고 합니다.
현실세계를 거울에 비추듯이 메타버스 안에 구현해서 더 효율적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아이돌 팬카페에 가입해서 활동해보셨나요?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써서 원격수업, 원격회의를 해보셨나요? 배달의 민족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해보셨나요? 거울 세계를 경험하신 겁니다.
4. 가상세계 (virtual worlds)
현실과는 다른 공간, 시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 제도 등을 디자인해 놓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가 가상세계입니다. 가상세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 아닌 아바타를 통해 무언가를 합니다.
온라인 게임(WOW, 포트 나이트, 리니지 등)을 해보셨나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 '레디 플레이 원'을 보셨나요? VR기기 HMD(head mounted display)를 사용해서 게임을 해 보셨나요? 그게 바로 가상 세계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미래의 메타버스의 세계를 현실로 좀 더 가까이 가져온 느낌입니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BTS가 소속되어있는 하이브(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위버스(Weverse) 플랫폼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0년 6월 14일 BTS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The Live'는 전 세계 75만여 명이 접속했으며 수입만 25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2020년 9월 기준 누적 가입자는 세계 229개국 총 1347만 명이며 하루 평균 140만 명이 지속적으로 위버스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2014년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장비를 만드는 '오큘러스 VR'을 2조 40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9월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장비인 '오큘러스 퀘스트 2'를 공개했습니다.
2019년 하반기부터 루이뷔통은 LoL게임과 협력하기 시작했습니다. LoL내에서 사용하는 게임 스킨에 루이비통 문양을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캐릭터에게 루이비통 옷을 입히려면 10달러를 주고 구매하면 됩니다. 또한 LoL게임에서 사용하는 로고, 등장하는 캐릭터 등을 넣은 루이비통 제품을 만들어서 'LVxLoL'이라는 컬렉션으로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LoL문양이 들어간 후드티는 대략 300만 원, 가죽재킷은 대략 680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바이든도 선거기간에 닌텐도가 개발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 숲)'에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섬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그들의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를 주름잡는 기업들의 성장세는 오프라인 기반의 제조, 유통 기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그저 먼 세상 이야기, 일부 디지털 마니아나 Z세대들의 놀이터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세계, 어울림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더 편하게, 더 많은 이들과 어울리기 위한 세계가 메타버스입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함께 지지고 볶으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영화 <레티 플레이어 원> 마지막 부분에 오아시스 가상세계를 만든 할리데이가 주인공인 웨이드 와츠에게 말하는 부분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 내가 오아시스를 만든 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서였지.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거지. 난 두려웠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그때 깨달았다. 현실은 무섭고 고통스러운 동시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걸. 왜냐면 현실은 진짜니까"
김상균 교수님도 이야기합니다. 메타버스 속 삶이 아무리 빛날지라도, 현실이 있기에 메타버스가 존재하며 우리가 직면한 문제, 우리가 책임져야 할 무언가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메타버스에 머문다면, 메타버스는 현실의 삶을 망치게 된다고 말입니다.
메타버스 안에 너무 오래 머물다 진짜인 현실을 망치면 안 되겠죠?
(저는 메타버스 안으로 좀 더 들어가야 할것 같습니다.)
책과 영화를 보며 메타버스에 관련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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