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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같이/인문,문학

바람이분다,가라

by 책과같이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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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바람이 분다, 가라>입니다.


삶이 제공하는 당근과 채찍에게 철저히 회유되고 협박당한 사람의 얼굴로 어머니는 작은 방에서 늙어가고 있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어머니의 살비늘 냄새를 맡고 있으면, 그녀에게 삶이 폭력이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녀는 어떤 희망에 그토록 교묘하게 회유당했을까. 가정의 평화. 아들들의 출세. 딸의 행복한 결혼. 오순도순한 노부부의 말년. 종내에는 무릎을 무너뜨려 계단조차 오르내릴 수 없게 만든 삶을 그녀는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p55-

주인공 정희의 엄마는 여자대학교 앞 건물 지하에서 경양식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일은 오직 엄마와 딸의 몫이었다. 아버지와 오빠, 남동생은 남자였으니. 가부장적인 시대에. 

올해 여든이신 엄마는 가부장적인 시대에 그것도 조그마한 섬에서 잘 견뎌내셨다. 아마 아들들이 잘 되리라는 당근이 있어 견디셨을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당근은 괜찮게 작용한 듯하다. 중간에 큰 아들을 먼저 보내는 채찍을 맞았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는 50이 넘은 아들들.

누군가의 죽음이 한번 뚫고 나간 삶의 구멍들은 어떤 노력으로도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차라리 그 사라진 부분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아 익숙해지는 편이 낫다는 것을 그때 나는 몰랐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그것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기 위해 달아나고, 실제로 까마득히 떨어져서 평생을 살아간다 해도, 뚫고 나간 자리는 여전히 뚫려 있으리란 것을, 다시는 감쪽같이 오므라들 수 없으리란 것을 몰랐다. -p64-

형의 죽음은 삶의 구멍 중에 하나다. 세월이 흘러 11년이 되어 익숙해진 듯. 며칠전에 전주에 다녀왔다. 형수님도 컸던 삶의 빈자리가 익숙해진듯 잘 살아내고 계신 듯 보였다. 어느새 직장인이 된 조카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지만 삼촌은 동경했다. 피 흘리며 아이를 낳는 여자를. 면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자유를.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헤엄치고, 넘어지는 위험을, 그가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삶 전부를. -p330-

삼촌은 상처 나서 피가 나면 피가 멈추지 않는 병, 즉 혈우병 환자이다. 삼촌은 얼마나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부러웠을까? 나는 평범한 사람이니 삼촌의 마음을 알 길은 없었겠지만, 잠깐만이라도 삼촌이 되어 생각해 보면 인생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을 것이다. 당연한 게 당연한게 아닌 것이다. 지금의 삶에 감사함, 소중함을 느낀다.


 

이제야 조금 한강 작가님의 문체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합니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에 비해 약간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이 친구의 죽음을 파헤치며 주위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들에서.

그래서 좀 가슴 졸이며 읽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아픈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는 삶들을 어떻게, 이렇게 써 내려갈 수 있는지

항상 궁금합니다. 

이 작품도 4년이 걸렸다는데.

읽는 저도 마음이 아플 때가 있거든요. 쓰는 마음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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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예스24

“그날 새벽 폭설이 그 모든 흔적을 덮었다”2024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간절하게 숨 쉬어야만 했던그들의 이야기삶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한강 네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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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한강 - 교보문고

바람이 분다 가라 | 삶과 죽음의 날카로운 경계 위에서 살아가다!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네 번째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 나직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과 시정 어린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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