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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박용철' 시인의 '떠나가는 배'입니다.
떠나가는 배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헤살짓는다.
앞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두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간다.

용아 박용철. 그분은 전설적 문학의 시대, <시문학>이란 잡지를 사재를 동원하여 낸 분으로 우선 유명하다. 자신의 시집보다는 동료 시인의 시집을 먼저 내준 우정의 시인으로 또 유명하다.
정작 자신은 시집을 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걸로 알고 있다. 시인이 내준 동료 시인의 시집은 <영랑 시집>과 <정지용 시집>. 세상에 이토록 지극한 우정의 시인이 어디 더 있겠는가!
시인은 동료인 김영랑 시인이 전라도 억양으로 읽는 자신의 시 낭독을 그렇게 좋아했다고 한다. 바로 위에 적은 작품이다. 식민지 젊은이의 시퍼런 기개가 살아있는 듯 그 푸른 숨결이 지금도 그립다.
- 나태주 시인의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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