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어머니께'입니다.
어머니께
이야기할 것이 참 많았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나는 객지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나를 이해 해준 분은
어느 때나 당신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당신에게 드리려던
나의 최초의 선물을
수줍은 어린아이처럼 손에 쥔 지금
당신은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읽고 있으면
이상히도 슬픔이 씻기는 듯합니다.
말할 수 없이 너그러운 당신이, 천 가닥의 실로
나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 헤르만 헤세. 젊은 시절부터 나에게 좋은 친구였으며 좋으신 스승이었던 이름. 늘 목마른 나에게 목마르냐 물었고 그러면 이것을 좀 마셔보라며 한 잔의 물을 권하곤 했다. 지쳤느냐, 힘이 드냐, 손을 내밀어 더 멀리, 아득한 곳으로 가자고 속삭여 주곤 했다.
이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이 세상 모든 젊은 영혼보다 먼저 아프고, 먼저 헤매고 먼저 길을 찾은 그. 그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드리는 고백은 그냥 그대로 사적인 고백이 아니라 공적인 고백으로 바뀐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도 위로와 안식을 전해준다.
- 나태주 시인의 노트 -

반응형
'그냥일상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늘의 필사 : 초혼(김소월) (12) | 2026.01.24 |
|---|---|
| 오늘의 필사 : 청포도 (이육사) (14) | 2026.01.23 |
| 오늘의 필사 : 서시 (윤동주) (13) | 2026.01.21 |
| 오늘의 필사 : 떠나가는 배(박용철) (10) | 2026.01.20 |
| 오늘의 필사 : 시월에(문태준) (26) | 2026.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