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냥일상/필사

오늘의필사 : 어떤 것을 알려면(존 모피트)

by 책과같이 2025. 11. 28.
반응형

오늘은 '존 모피트'의 시 '어떤 것을 알려면'입니다.

어떤 것을 알려면

어떤 것을 볼 때
정말로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오랫동안 바라봐야 한다. 
초록을 바라보면서
'숲의 봄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이 보고 있는 그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땅 위를 기어가는 검은 줄기와
꽁지깃 같은 양치식물의 잎이 되어야 하고,
그 잎들 사이의 작은 고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 잎들에서 흘러나오는
평화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존 모피트(1897~1989)는 '신비의 백만장자'라 불린 조금은 특별한 시인이다. 생을 마칠 때까지 60년 동안 미국 워싱턴주의 캐슬록에 은둔해 살며 시를 쓰고 숲을 가꿨다. 주위의 많은 학교와 자선단체들이 매해 그의 기부를 받았지만 그가 철저히 익명에 부쳤기 때문에 사후에야 사실이 알려졌다. 이름이 알려지면 기부를 중단했다. 정작 자신은 닭장과 다를 바 없는 판잣집에서 살았다. 자기를 위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잠깐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에 충분하지 않은가? 삶에 충분하지 않다. 자세히 보지 않는 삶은 편견과 관념이 지배한다. 알기 위해서는 깊이 들여다봐야 하며, 그때 우리는 더욱 알 수 없게 된다. 그 '알 수 없음'이 모든 존재가 본래 지닌 신비이다. 사랑하는 사람도 깊이 들여다볼수록 더욱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 신비인지도 모른다.

-류시화의 해설 [시로 납치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