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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데렉 월컷'의 시 '사랑 이후의 사랑'입니다.
사랑 이후의 사랑
그때가 올 것이다.
너의 집 문 앞에
너의 거울 속에 도착한 너 자신을
기쁨으로 맞이할 때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맞이하게 될 때가.
그에게 말하라, 이곳에 앉으라고
그리고 먹을 것을 차려주라.
한때 너 자신이던 그 낯선 이를 너는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포도주를 주고
빵을 주라.
너의 가슴을 그에게 돌려주라.
일생동안 너를 사랑한 그 낯선 이에게
다른 누군가를 찾느라
네가 외면했던 너 자신에게
온 마음으로 너를 아는 그에게.
책꽂이에 있는 사랑의 편지들을 치우라
사진과 절망적인 글들도.
거울에 보이는 너의 이미지를 벗겨 내라.
앉으라,
그리고 너의 삶을 살라.

데렉 뤌컷(1930~2017) 은 무려 열세 번이나 주인이 바뀐 끝에 영국 식민지가 된 서인도제도의 보석 같은 섬 세이트루시아에서 영국계 아버지와 아프리카 노예 혈통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찍 병으로 사망했으며, 집에서 시 낭송을 즐겨 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3행시로 된 한권의 장편시집 <오메로스>로 199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 서인도제도의 문학이 최초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문학적 성공과 달리 월컷의 사랑은 매번 실패로 끝났으며, 결혼 생활도 세 번의 이혼으로 끝이 났다.
사랑이 끝난후에 당신이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그것이 '사랑 이후의 사랑'이다. 누군가를 껴안던 두 팔로 이제 자신을 껴안아야 할 시간. 타인에게 주었던 가슴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고, 외면했던 자신과 재회해야 할 시간.
- 류시화의 해설 <시로 납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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