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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오미 쉬하브 나이'의 시 '사라짐의 기술'입니다.
사라짐의 기술
사람들이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죠?' 라고 말하면
아니라고 말하라.
사람들이 파티에 초대하면
대답하기 전에
무슨 파티인지 잊지 말라
그곳에서 누군가는 너에게
자신이 한때 씨를 썼노라고 큰 소리로 말할 것이다.
종이 접시에 기름투성이 소시지를 들고서.
그것을 떠올린 다음에 대답하라.
사람들이 '우리 만나야 한다'고 말하면
'왜?' 라고 반문하라.
그들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잊어버리기에는 너무 소중한
어떤 것을 기억하려는 것일 뿐이다.
나무들과 해질녘 사원의 종소리를.
그들에게 말하라, 새로운 계획이 있다고
그일은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군가가 식료품 가게에서 너를 알아보면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고 양배추가 돼라.
십 년 동안 소식 없던 누군가가
문 앞에 모습을 나타내면
그에게 너의 새 노래를 전부 불러주지 말라.
결코 시간을 따라잡지 못하리라.
한 장의 나뭇잎처럼 걸어 다니라.
언제든 떨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라.
자신의 시간을 갖고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라.

나오미 쉬하브 나이(1952~ )는 미국인이면서 아랍인이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예루살렘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작가가 되었으며, 열네 살 때 팔레스타인에 사는 할머니 집을 방문한 것이 그녀의 인생관을 바꿔 놓았다.
이 시가 나에게 가슴 깊이 다가온 것은 많은 모임들과 만남 요청에 끌려다니다가 어느 가을 아침 서늘한 공기와 함께 나비가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이다.
유명한 언론인 빌 모이어스가 심장수술을 한 뒤 이 시가 적힌 종이를 늘 지갑에 넣고 다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만남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잊어버리기에는 너무 소중한 것'에 시간을 쏟겠다는 의지이다.
- 류시화의 해설 <시로 납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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