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의 일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들이 1시간 정도 간격으로 쉬가 마렵다며 화장실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하루만 그러려니 했는데 다음날도 계속 자주 가더라고요. 한 2~3주 동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아마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했습니다. 어린이집에 짓궂은 친구들이 있어서 아들이 스트레스가 있었나 보더라고요. 다행히 지금은 좋아졌지만 소심한 아들이 조금 걱정이 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해롭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 몸에 해로운지 정확히 알려진 메커니즘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요.^^;;)
과학전문기자인 도나 잭슨 나카자와의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는 스트레스 요인들이 사회적 병원균 역할을 하며 우리 뇌가 진짜 세포 손상과 같이 인식해 우리의 신경회로를 망가뜨린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미세아교세포가 있습니다.
나쁜 식습관과 환경유해물질은 우리의 면역계를 교란시키며, 현대사회 특유의 스트레스 요인들(불안정,공동체의식 상실, 왜곡된 정치적 부족주의, 소셜미디어 부작용, 사회안전망의 결여 등)은 사회적 병원균 역할을 한다. 이 두 가지의 복합 효과는 미세아교세포의 활동성을 변화시키고 우울증, 인지기능 감퇴, 기타 뇌 관련 문제들의 급증을 불러오기 쉽다.
최근 콜로라도 대학교의 연구팀은 중추신경계가 정서적 스트레스를 진짜 세포 손상과 똑같이 인식해 대응한다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뇌에서 경고신호가 발송되면 미세아교세포가 깨어나 있지도 않은 감염균과 전쟁을 벌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정신 나간 면역계가 21세기의 상징인 만성 스트레스를 병원균으로 인식하는 바람에 우리 몸속에서 염증 유발성 사이토카인이 분수처럼 나와 장기화된 머릿속의 염증은 뇌신경전달물질과 신경회로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 본문중에서 -
도나 잭슨 나카자와
- 신경과학, 면역학과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책을 여러 권 낸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 <멍든 아동기, 평생건강을 결정한다>,<자가면역이라는 역병>, <최상의 마지막 치료법>이 특히 유명합니다.
- 2010년에는 건강 분야 정기간행물 기사들 가운데 그해에 가장 손꼽히는 글에 수여하는 <전미 건강 정보상>수상했습니다.
- 2012년에는 면역학 관련 저술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애스쿠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은 현재 65세이상 성인 500만 명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중 약 75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18년 10.2%, 2020년 10.3%, 2030년 10.6%, 2040년 12.7%, 2050년 16.1%로 갈수록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조기 발현 알츠하이머병, 중년의 건강위기, 우울증, 중독, 자살, 일상을 마비시키는 청소년 불안장애의 창궐을 불러왔을까요? 미세아교세포는 또한 어떤 사연으로 얽혀 있는 걸까요?
유해화학물질 노출, 건강에 나쁜 식습관, 만성적 스트레스등 수많은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해 뇌 속 미세아교세포의 면역반응을 비튼다고 합니다.
◆ 그럼 논란의 중심에 있는 미세아교세포(microgloria) 는 무엇일까요? 저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미세아교세포는 정말 생소한 단어입니다. 백혈구는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백혈구는 우리 몸에서 만능 방위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균 감염, 환경오염물질, 바이러스, 병원균, 물리적 외상 등에 의해서 특정 백혈구 유형이 착오를 일으키면 갖가지 신체질환을 일으킵니다. 갑상선질환, 루푸스, 피부 경화증, 다발 경화증, 갈랑 바레 증후군, 류머티스 관절염 등 말이죠. 면역계가 자기편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이죠.
뇌에도 백혈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바로 미세아교세포(microgloria)입니다. 말 그대로 아주 작은 녀석입니다.
미세아교세포는 슈반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성상아교세포와 함께 뇌세포인 아교세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미세아교세포는 쓰지 않는 시냅스를 없애 뇌 회로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며 뇌에 침투한 병원체나, 뇌세포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기도 합니다. 건강한 뇌에서 적재적소에 자양분을 분비하며 신경보호물질을 분비해 다친 뉴런의 회복을 돕습니다.
뉴런을 미세아교세포는 영양소와 보조 물질들을 공급하며보살핀다. 덕분에 튼튼하게 성장해 건강을 유지한 뉴런은 뇌 구석구석에 올바른 메시지를 신속·정확하게 퍼뜨린다. 미세아교세포의 이런 뒷바라지가 없다면 뉴런은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 미세아교세포가 착오를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요?
뇌의 염증 반응은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뇌의 염증 반응은 중요한 뉴런 구조가 망가지거나 시냅스가 미세아교세포에게 잡아 먹혀 소멸하는 형태로 일어납니다. 몸에서 백혈구가 일정 부위로 총출동해 염증을 일으키듯 미세아교세포는 뇌의 한 영역에 집결해 신경망 회로를 파괴합니다.
그로 인해서 우울 장애, 불안증, 강박장애, 알츠하이머, 파킨슨, 자폐증 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과민해진 미세아교세포가 뇌안을 난장판으로 만든다는 건데, 대개는 애초에 미세아교세포를 자극하는 인자가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인자들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합니다. 뇌 면역계와 신체 면역계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세아교세포가 있습니다.
세상에는 아직 육체의 병과 마음의 병을 별개로 취급하며, 신체질환이 뇌와 정신의 문제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믿는 것은 단단한 착각이라고 말을 합니다.
◆ 폭주한 미세아교세포를 진정시킬 방법은 있는 걸까요? 아직은 완벽하진 않지만 새로운 길이 하나둘 열리고 있습니다.
경두개 자기자극(TMS), qEEG 뇌지도, 뉴로피드백, 감마광 점멸 요법, 개량된 뇌진탕 관리 프로토콜, 단식 모방 식이요법(FMD) 등이 있습니다. 다 제각각인 것 같지만, 사실 개발자의 의도는 모두 하나입니다. 미세아교세포를 다독여 뇌 뉴런과 시냅스에 정상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듦으로써 환자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되찾아 주는 것입니다.
미세아교세포가 천사같은 성격으로 돌아간다면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게 아니라 시냅스와 뇌의 신경 네트워크를 복구함으로써 건강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이런 치료법들은 개개인이 일상에 잘 적응하고 세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각자의 개성은 그대로 간직한 채 나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도록 말이죠.
◆ 앞으로의 기대는?
언젠가는,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뒤쯤, 이런 날이올 거라고도 기대해 본다. 어느 10대 청소년이 연례행사로 받아 온 정기검진을 위해 소아과를 찾는다. 해마다 피를 뽑아 미세아교세포의 활동성에 어떤 특징적 변화가 있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요즘 흔히들 하는 콜레스테롤 수치 점검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검사에서 미세아교세포나 시냅스의 변화 정도가 건강 기준치를 벗어나게 나왔다고 치자, 그러면 청소년은 부모님과 상의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는 안전한 옵션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조기 중재 조치를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가 삶의 의욕도 미래의 희망도 다 잃기 전에 뇌신경 면역계가 변하는 조짐이 보일 때 신속하게 미세아교세포를 선도해 수호자의 본분을 되찾아 주는 신기술이 일상이 될 날을 간절히 소망한다.
- 본문중에서 -
미세아교세포를 비롯해 많은 새로운 정보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의 막내 외삼촌이 몇년전부터 파킨슨 병으로 투병 중에 있습니다. 이 몹쓸 병이 어디에서 왔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교통사고로 먼저 돌아가신 외숙모님의 상실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하나의 큰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신경관련 치료 현장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미국보다는 시설이나 연구면에서 부족할 것입니다. 약물 치료 위주로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막내 외삼촌도 약물 치료만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책에서는 약물치료와 병행하면서 경두개 자기자극(TMS), qEEG 뇌지도, 뉴로피드백, 감마광 점멸 요법, 개량된 뇌진탕 관리 프로토콜, 단식 모방 식이요법(FMD)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사례들이 나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런 많은 방법들이 치료현장에 도입되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책을 통해서 우리의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뇌를 먼저 치료할려고 생각하지 말고 그전에 고장 난 신체 염증을 먼저 치료하는 것에 집중하라고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염증을 먼저 치료하면 뇌의 미세아교세포가 잘못 대응하는 일은 없어지니까요.
얼마 전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연구진은 운동을 하면 뇌 속에서 미세아교세포의 과잉 활동성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의 양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연구팀은 유산소 운동과 병행하는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와 인지기능 회복을 돕는 컴퓨터 뇌 훈련법까지 더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거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운동을 하면 뇌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유산소 운동을 하는데 조금은 횟수를 늘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스트레스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써야겠습니다. ( 어렸을 때 시냅스의 손실이 나중에 몇 년 후에 나쁜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책에 나와 있습니다. ) 어렸을 때 정서적 안정감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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