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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같이/사회,정치

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by 책과같이 2025.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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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작가님의 <이상한 정상가족>입니다.

나는 가족 내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인 아이를 중심에 놓고 우리의 가족, 가족주의가 불러오는 세상을 문제들을 바라보자고 제안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 가족 안에서 가장 약한 사람의 아주 작은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면 더 큰 세계에서 발전하려는 노력도 헛된 일이 될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바깥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형태를 '비정상'이라 간주하고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가 가족을 지배한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p14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극히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고의적 폭력이라기보다 보통 사람들의 우발적 체벌이 통제력을 잃고 치달은 결과라는 것이 그간 숱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평소 체벌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극도의 양육 스트레스를 겪을 때 이 스트레스가 촉매제가 되어 학대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p30
성인의 상당수는 자동차 안전벨트가 없던 시절에 자랐다. 하지만 누구도 안전벨트가 없었던 덕분에 내가 잘 자랄 수 있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안전벨트가 없었던 덕분에 내가 잘 자랄 수 있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안전벨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탈하게 자랐다고 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부모의 체벌 덕분에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체벌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야 한다. -p41
체벌을 쉽게 생각하고 용인하는 태도, 폭력에 관대한 정서, 공적 개입의 부재 등으로 인해 자잘한 구멍이 사방에서 생겨나고 결국 어디에선가는 아이가 맞아서 목숨을 잃는다. 그런 면에서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쯤으로 여기고 부모의 체벌에 관대한 한국 사회는 마을 전체로 아이를 학대하는 데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p46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명백한 살인과 아동인권 침해를 온정의 대상으로 만들고 부모가 자기 뜻대로 자녀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립니다. 설령 개인의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자녀의 목숨까지 끊게 하는 것은 명백한 살인이며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뒤틀린 문화의 극단적 표현입니다. -p87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비극으로 잘못 인식하도록 만듭니다.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관심의 초점을 개인의 비극에 맞추고 "오죽했으면..."이라는 반응에서 드러나듯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을 동정하고 끝나도록 만답니다. -p88
우리 사회엔 가족은 운명공동체로 바라보고 부모는 자녀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이 지나치게 뿌리 깊다. 부모는 항상 모든 것을 바쳐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뒷바라지해야 하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부모 자격도 없다는 식의 강박관념말이다. 

그런데 부모 이외에 어느 누구도 아이를 돌봐주지 않는 것이 또 사실이기도 하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앞의 유서에서 한 엄마가 썼듯 "내가 죽고 나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라는 의식은 꽤나 만연하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사회가 남겨진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인간 대접을 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 근대화의 전 과정에 걸쳐 이는 불행하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p95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은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고, 생존의 책임을 떠맡은 핵가족이 위기 상황에서 해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공고한 가족주의로 인해 부모 자녀 사이에 자아가 분리되지 못한 자아혼란이 함께 만들어내는 참극이라 할 수 있다. 

사회 양극화와 가족에게 모든 걸 떠넘기는 구조, 자녀 양육이 거의 전적으로 핵가족 내 부모의 성별 분업에 달려 있고,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부모가 없는 자녀는 정상적 사회 성원으로 자라기 힘든 사회구조. 이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아이들이 깔려 목숨을 잃고 있다. -p101
해외입양 맥락에서 한국은 희한한 나라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해외입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입양자체가 대폭 줄어든 2020년에 해외입양된 아이는 232명. 그 전해인 2019년에는 317명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아기들이 비행기를 타고 해외고 갔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유일한 나라다. -p139
가족 안팎에서 아이들을 둘러싼 폭력과 차별의 배후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정상가족'주의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두 가지 질문을 품게 됐다. 첫 번째, 왜 우리 사회의 가족은 개별성을 존중하지 못할까. 아이의 개별성에 대한 존중이 없으니 과도한 통제와 체벌, 학대, 과보호 등 관계에서 신체적, 정서적 폭력이 잦다. 두 번째는, 왜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할까 하는 점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내치는 배타적 태도와 차별, 편견은 왜 약화되지 않을까. -p176
학연, 지연으로 결속된 유사가족 안에서 사람은 스스로를 자신이 속한 내집단과 동일시한다. 내집단에선 권위주의와 서열의식, 시비를 가리지 않는 온정주의가 팽배하고 외집단에 대해서는 배타주의가 두드러진다. 유사가족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노골적 계층화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어서 배타적인 지역 이기주의적 태도도 강하게 드러난다. -p212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고 거리를 두려 하는 배타적 경향은 임대아파트에서만 드러나는 일이 아니다. 대학생 기숙사, 심지어 어린이집도 혐오시설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자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미혼모의 아이가 오는 게 싫다고 민원을 넣는 엄마도 있다. -p213
공감이란 "자신의 테두리 밖으로 살짝 나와서 여행하는 일, 자신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진정으로 타인의 현실적 존재를 알아보는 이리며, 바로 이것이 감정이입을 탄생시키는 상상적 도약을 구성한다. 다른 말로 하면 공감은 매우 어렵고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사회의 온갖 분야에서 자주 거론되는데 정작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덕목으로 나는 공감, 즉 '역지사지'를 꼽겠다. -p272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폭력에 반대하는 개인의 인권의식이지 남의 아이도 내 자식처럼 돌보는 엄마의 눈, 전 사회의 '확대가족화'가 아니다. -p279
범죄 예방의 해법으로 공동체 회복을 제시하는 게 낡은 사고방식인 건 맞다. 폭력을 막는 건 공공성의 강화여야지 공동체적 관계의 회복이 그 방안은 아니다. 

나는 현실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대립하고 양자택일의 대상처럼 경험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공동체의 작동원리 안에 공공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281
현재의 나는 수명대로 살더라도 다음 세대가 없어 이 세계가 끝장난다면, 내 삶에서 더 나은 가치와 아름다움,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내일 지구가 정말로 멸망한다면 도대체 왜 사과나무를 심겠는가. 이건 성실성과는 다른 이야기다. 

철학자 새뮤얼 세플러가 <죽음과 사후생>에서 설명한 것처럼 나의 사후에도 인간 세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나은 치료법을 찾고 더 나은 기술을 연구하고 더 새로운 것을 창작하려고 한다. 

내 혈연이 아니더라도 세대를 이어 인류가 계속 존재하리라는 기대가 사라진다면, 개인의 삶은 유한해도 나보다 더 크고 지속되는 전체에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사라진다며, 그 모든 추구와 삶의 의미도 빛을 잃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 미래의 낯선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존재의 의미를 다음 세대에, 아이들에게 빚지고 있다.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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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김희경 - 교보문고

이상한 정상가족 | 5년간의 변화를 덧댄 개정증보판 출간 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을 거쳐 여성가족부 차관까지! 현장 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쓴, 한국 사회 ‘정상가족’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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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예스24

★★★5년간의 변화를 덧댄 개정증보판 출간“이 책을 내고 법이 개정되었고, 낡은 제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한계들도 여전하다.더 많은 이어 던지기를 기대하며 개정증보판을 내어놓는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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