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은 '함석헌' 시인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입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 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면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을 살려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느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기독교 문필가와 민중 운동가로 산 분이다. 삶의 궤적이 크고 목소리가 우렁찼다. 그러나 그분은 시인이었다. 본성이 그랬다. 언제쯤 이 시를 처음 만났던가. 기억은 분명치 아니하지만 놀라운 마음이 있었다.
아, 이런 시도 있었구나. 호통소리가 들어있었다. 속속 그것은 질문이었다. 제목부터 질문이었고 내용도 질문. 여섯 개의 질문이 폭포처럼 이어지고 있다. 내 어찌 그 가운데 하나라도 감당할 수 있을까 보냐.
고개가 절로 숙어진다. 어찌 저 말씀을 가슴에 안으랴. 부끄럽다. 어찌해야 하나?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잘 살아야 할 일이다. 이런 문장이 번번이 나를 살리고 내 인생의 길을 고쳐 놓았다. 고마운 일이다.
- 나태주 시인의 노트 -

반응형
'그냥일상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늘의 필사 :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11) | 2026.01.08 |
|---|---|
| 오늘의 필사 : 눈이 온다(신경림) (19) | 2026.01.07 |
| 오늘의 필사 : 장미와 가시(김승희) (24) | 2026.01.03 |
| 오늘의 필사 : 상처(조르주 상드) (16) | 2026.01.02 |
| 오늘의 필사 : 그리움(이용악) (16) | 2026.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