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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은 '이용악' 시인의 '그리움'입니다.
그리움
눈이 오는가 북쪽에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애당초 우리 시단에는 북국의 정서 같은 것이 있었나 보다. 먼 나라. 아득한 고장. 겨울엔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 봄이 늦고 짧은 곳. 내가 가보지 않은 곳. 아니 시인이 살다가 떠나온 고장.
지명이나 단어도 조금은 낯설고 엉뚱하다. 이것이 우리에게 호기심을 유발한다. 가난하고 불편하고 어쩌면 지긋지긋했던 삶의 현장이다. 그런데 떠나보니 그것이 아닌 것이다.
그 궁핍과 불편함과 어둠이 다시금 그리움이 되어 찾아온다. 인간은 이렇게 모순적이다. 지금은 사라진 정서, 그것도 굵직한 남성의 정서. 내가 만약 어려서 이런 시를 읽었다면 나의 시의 분위기가 훨씬 넓어졌을 것이다.
- 나태주 시인의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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