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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반 볼랜드'의 시 '격리'입니다.
격리
한 민족 전체의 가장 힘든 해에
가장 힘든 계절의 가장 힘든 시간에
한 남자가 아내와 함께 빈민 구호소를 떠났다.
그는 걸어서, 둘 다 걸어서, 북쪽을 향했다.
그녀는 너무 오래 굶어 열이 났고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를 들어 등에 업었다.
그렇게 서쪽으로, 서쪽으로, 그리고 북쪽으로 걸었다.
밤이 내리고 얼어붙은 별 아래 도착할 때까지.
아침에 그들 둘 다 죽은채 발견되었다.
추위 속에서, 굶주림 속에서, 역사의 부조리 속에서.
그러나 그녀의 두 발은 그의 가슴뼈에 대어져 있었다.
그의 살의 마지막 온기가
그녀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어떤 낭만적인 연애시도 여기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여유로움에서 풍겨 나는 우아함과 육체적 관능에 대한
어설픈 찬미를 위한 자리는 여기에 없다.
단지 이 무자비한 목록을 위한 시간만이 있을 뿐.
1847년 겨울 두 사람의 죽음
또한 그들이 겪은 고통, 그들이 살았던 방식
그리고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있는 것
암흑 속에서 가장 잘 증명될 수 있는 것

비옥한 땅을 가진 아일랜드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영국에게 800년 동안 식민 지배를 받으며 우유, 버터, 소고기, 밀가루, 사과 등 풍요로운 먹거리를 수탈당하고 자신들은 영국인들이 '먹을 것'으로도 여기지 않던 감자로 버텼다. 그런데 감자 마름병이 돌면서 기근이 시작되었고, 그 와중에도 영국이 지주들은 식량을 공출해 갔으며, 영국 정부는 창고가 넘쳐 나는데도 원조를 거부했다.
1845년부터 7년간 이어진 이 감자 대기근으로 240만 명이 굶어 죽거나 난민이 되어 다른 나라로 향했다. 아일랜드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사건이다.
그해 겨울 , 한 남자와 여자가 빈민 구호시설을 찾아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이미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동토의 길을 걸어 서쪽으로, 북쪽으로 정처 없이 향했다. 여자는 너무 오래 먹지 못해 기아열에 비틀거렸고, 남자는 여자를 둘러업었다. 땅거미 질 무렵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얼어붙은 별 아래.
영혼이 꺼져 가는 여자의 언 몸을 녹여주기 위해 남자는 그녀의 차가운 발을 자신의 심장 가까이에 댔다. 그것이 그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이튿날 아침, 두 사람은 꼭 껴안은 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가혹한 시대와 상황이 두 사람을 '격리'시켰지만 그들은 죽는 순간까지 격리되지 않았다.
- 류시화의 해설 <시로 납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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