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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일상/필사

오늘의 필사 : 공기, 빛, 시간, 공간 (찰스 부코스키)

by 책과같이 2025.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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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찰스 부코스키'의 '공기,빛,시간,공간'입니다.

공기, 빛, 시간, 공간

'저에게는 가족도 있고 직장도 있었어요.
언제나 무엇인가가 내 앞길을
가로막았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집도 팔고
여기로 이사 왔어요.
커라란 작업실로!
이 넓은 공간과 빛을 보세요. 
내 생애 최초로 무엇인가를 창작할
시간과 공간을 갖게 된 거예요.'

그렇지 않아, 친구.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탄광 속에서 하루에 열여섯 시간을 일해도
창작을 해내지.
작은 방 한 칸에 애가 셋이고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해도
창작을 해내지.
마음이 분열되고 몸이 찢겨 나가도
창작할 사람은 창작을 하지

눈이 멀고 
불구가 되고
정신이 온전치 않아도
창작을 해내지
도시 전체가 지진과 폭격과
홍수와 화재로 흔들려도
고양이가 등을 타고 기어올라도
창작할 사람은 창작을 해내지.

이보게 친구, 공기나 빛, 시간과 공간은
창작과는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 변명은 그만둬.
새로운 변명거리를 찾아낼 만큼
자네의 인생이 특별히 
더 길지 않다면 말야.



이 시는 대학 중퇴 후 생계비를 벌기 위해 접시닦이, 트럭 운전사, 하역부, 경비원, 창고 일꾼, 주차장 관리원, 승강기 운전원, 사료공장 직원, 도살장 인부, 우체국 집배원 등 스무 가지가 넘는 하급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수천 편의 시와 수백 편의 단편소설, 6권의 장편소설을 쓴 '찰스 부코스키(1920~1994)'가 죽기 2년 전에 남긴 시다. 

무엇이 글을 쓰게 하느냐고 묻자 부코스키는 "어리석은 충동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모든 위대한 시도는 '비현실적인 충동'에서 시작된다. 인간과 사회의 허구에 대해 가차 없이 냉소를 퍼부었지만 부코스키의 시는 우리에게 가슴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용기를 준다. 

창작은 환경이 갖춰진 후에야 하는 것이 아니다.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다.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영감은 아마추어나 의지하는 것이다. 예술이든 일이든 영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죽어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왜 할 수 없는지' 이유를 찾는 사람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하는 사람이 있다. 거기서 인생이 나뉜다.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불행과 원하는 것을 하는 행복의 차이가.

- 류시화의 해설 <시로 납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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