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앞으로 어떤 직업이 사라지게 될지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혹시, 콜센터 상담원, 택배물류 상하차 직원, 주방 요리 보조사, 건물 청소원은 어떻습니까?
미래에도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지금도 콜센터 상담원은 AI로 대체하고 있고, 택배물류, 주방요리, 건물 청소등은 로봇들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직업들의 비망록을 남기고 싶어서 직접 현장에 뛰어든 사람이 있습니다.
일을 하며 쓰는 일을 하는 <한승태> 작가님입니다.
대규모 단종이 예고된 '인간의 노동'이라는 카메라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보려 한다.
인간에게는 특정한 노동을 통해서만 발현되는 희노애락이 있다. 그 노동의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고통과 욕망을 그것들의 색깔, 냄새, 맛까지 전부 기록하고 싶다.
- 본문중에서-

① 콜센터 : 전화받다
묘비명을 미리 정해놨다고 합니다.
" 콜센터가 제일 힘들었다."
콜센터는 여덟 시간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신에게 달린 악플들을 소리 내서 읽는 거랑 같다고 합니다.
생각도 하기 싫지요?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을 이야기합니다.
상담사는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고객이 실수로 전화를 끊지 않아 뜻하지 않게 고객의 말을 들은 장면입니다.
주문한 어떤 물건을 취소하라고 막말을 퍼붓던 고객이 실수로 전화를 끊지 않았는데.
전화 건너편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곧 들려온 목소리.
" 감사합니다. ○○은행 상담원 김보라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어이없게도 다른 콜센터 상담사였던 것이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더한다더니...
② 택배 상하차 : 운반하다
택배 상하차를 하는 작업을 보통 '까대기'라고 합니다.
가대기라는 순수 우리말이 있더라고요.
가대기 :
창고나 부두 따위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따위의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
출처 : 네이버 사전
까대기는 개인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건강한 남자들이 골골대며 쓰러져가는 물류센터에서 가장 놀란 점은 우울해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던 일들이 꼬여 뒷걸음치다 이곳에 오게 됐는데 다들 밝고 자신감이 넘쳤다고 합니다.
까대기가 끝났을 때 솟아오르는 감정은 승리감, 나 자신의 한계도 이겨냈다는 기분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까대기만이 전달해 줄 수 있는 성장의 감각을 느껴서 남아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③ 식당일 : 요리하다
식당일을 하면서 닿았던 즐거움은 '연결의 감각'이었다고 합니다.
주문에 맞춰 음식을 만들고 또 다른 주문에 맞춰 음식을 내놓으며, 마음 맞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운동할 때처럼 서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주고받는 즐거움이 있다고.
음식이라는 언어로 손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좋은 일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을 덜 외롭게 만든다고 믿는다.
요리가 그렇다. 고 합니다.
④ 청소 : 청소하다
청소가 우리에게 부단히 일깨워 주는 것은 성취의 감각이라고 합니다.
도무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난장판을 정리하고 극명하게 달라진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
특히 똥구덩이나 다름없는 곳을 깨끗하게 치우고 뒤돌아보면 선사시대 고대인들이 매머드를 쓰러뜨렸을 때
느꼈을 법한 뿌듯함이 온몸에 솟구쳐 오른다고 합니다.
내가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부끄러울 순 있겠지만 열심히 해서 끝마친 후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자괴감은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날그날의 결과물에 떳떳할 수 있었고, 우리가 속한 작은 세계 속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루어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특히 감각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택배물류센터에서의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육체의 힘듦과 동시에 성장을 느끼는 감각,
주방에서의 내 음식을 먹는 이름 모를 손님들과의 교감,
청소를 마쳤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
뭐 이런 힘든 일을 해야만 감각을 깨우는 것은 아닙니다만.
전 이런 감각을 잃어버리고 산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미약하나마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남기며 세상과의 유의미한 연결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은그나마 다행인 듯합니다.
한승태 작가님의 이전 2권의 책도 궁금해졌습니다.
세상은 오늘도 날카로운 한기로 사람들을 몰아세운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하리라.
다가오는 시간은 지금보다 아주, 아주 많이 더 추우리라는 사실을.
-본문 마지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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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사의 멸종 - 예스24
인간 사회라는 야생에서멸종되어 가는 몇몇 직업―동사의 이야기첫 책 『퀴닝』(‘인간의 조건’ 개정판)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두 번째 책 『고기로 태어나서』로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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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사의 멸종 | 한승태 - 교보문고
어떤 동사의 멸종 | 인간 사회라는 야생에서 멸종되어 가는 몇몇 직업-동사의 이야기첫 책 《퀴닝》(‘인간의 조건’ 개정판)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두 번째 책 《고기로 태어나서》로 제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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