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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희덕' 시인의 '어린것'입니다.
어린것
어디서 왔을까 깊은 산길
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 새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맑은 눈빛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
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오면
지금쯤 내 어린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
울면서 젖을 짜버리던 생각이 문득 난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난만한 그 눈동자,
너를 떠나서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고
갈 수도 없다고
나는 오르던 산길을 내려오고 만다
하, 물웅덩이에는 무사한 송사리 떼

내 안에 여성의 혼이라도 살아있었던 걸까? 이 시를 처음 읽고 나서 나는 왈칵 울음을 내놓을 뻔했다. 저 모정. 저 오로지 외곬의 모정. 어머니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어디 더 있을까 보냐.
내용은 단순 명쾌하여 시인이 산길을 가다가 다람쥐를 만나 그 맑고도 순한 눈길과 마주치다가 아무것으로도 고집할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다는 것이요, 산길을 내려오다가 물웅덩이에 갇혀있는 한 무리의 송사리 떼를 보면서 모정이 다시금 발로 되었다는 것이다.
아, 저 눈부신 모정이여. 깊고도 아름답고도 머나먼 모정이시여. 저 모정이 우리를 가시밭길 힘든 인생길을 그런대로 힘들지 않게 인도하신다. 고마우신지고, 시들지 마시라. 어머니 마음들이여.
- 나태주 시인의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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