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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일상/필사

오늘의 필사 : 우화의 강(마종기)

by 책과같이 2025.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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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입니다.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내가 오래 좋아해 온 말 가운데 하나가 있다. 뷔퐁이란 프랑스 사람의 말이다. '글은 사람이다'그러니까 글과 사람이 동격이라는 말인데 이 말은 부드러운 것 같지만 매우 맵찬 말이다. 

마종기란 이름. 청소년기 시를 공부할 때부터 알고 있었던 이름이다. 한국에서도 살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살았고 시인으로 살았지만 의사로서도 살았다.

모르겠다. 그의 시를 읽으면 시원한 그의 인품이 보이는 듯하다. 조건 없이 좋아할 수 있는 한 사람 인격이 저만큼 서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평론가가 된 나의 딸아이 나민애마저 좋아하는 시인이 바로 이 시인이다. 

- 나태주 시인의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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