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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박인환'시인의 '세월이 가면'입니다.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저 50년대, 한국 전쟁을 치르고 황폐한 서울의 스산한 거리에서 멋쟁이 시인으로 통했던 분이 박인환이다. 밥보다는 막걸리를 많이 마시고 술보다는 시를 더 많이 사랑했던 시절의 시인이다.
당시의 명동 거리 한 술집에서 몇 사람 지인들이 모여 술추렴을 하다가 그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이 노래를 한번 지어보자 그래서 탄생한 시가 바로 이 시다.
절망적인 시대 속에서도 낭만과 인간의 최소한의 꿈을 잃지 않으려는 안쓰러운 마음의 파동이 절로 느껴지는 시다. 이런 멋스러움과 여유 속에서 인생은 잠시 시름을 놓고 아름다움을 꿈꾸어도 좋으리라.
- 나태주 시인의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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