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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일상/필사

오늘의 필사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by 책과같이 2025.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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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입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매우 이국적인 정서가 깃든 작품이다. 북국의 풍경을 한가득 품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이다. 우선은 '나탸샤'란 이름이 그렇다. 여성 이름인 것 같다. 어쩌면 러시아 소설 속에서 나올 그런 여성의 이름.

왜 그런 이국의 여성 이름이 한국인 시인의 입에 오르내려 연인으로 바뀌었을까. 어쩌면 이런 이국 취향이 이 시의 매력이요 기저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이 오늘날 젊은 독자들에게 매력으로 통하겠지 싶다. 

사랑은 언제나 맹목적이다. 무작정 좋아하는 것이고 무작정 기우는 마음이고 무작정 무너짐이다. 출출이(뱁새)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쯤 나타샤와 새롭게 살림을 차린 시인의 마가리(오두막집)를 찾을지 모른다. 

- 나태주 시인의 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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