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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같이

글쓰기의 최전선

by 책과같이 202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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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자기 계발 및 투자 관련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머릿속은 채워지는 느낌이 드는데 뭔가 허전합니다. 

그런 제 마음을 촉촉하게 채워준 책이 <쓰기의 말들> 입니다. 

작가님의 <쓰기의말들>을 읽은 후 빨리 다른 책을 읽고 싶어 졌습니다.

제가 받았던 좋은 느낌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은유 작가님의 또 다른 글쓰기 책인 <글쓰기의 최전선>입니다.

( 왠지 펜들이 총으로 보이는 것은 저만 그런 걸까요?하핳)

 

 

 


- 본문 중에서 -

◈  나는 왜 쓰는가

 

누구나 사노라면 거대한 물살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기를 쓰고 앞을 향해도 옆으로 

저만치 밀려나 있기 일쑤다.

왜 내뜻대로 살아지지가 않을까, 나는 어디롤 가는 걸까, 이게 최선이고 전부일까.

그러한 물음에서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후련했다. 

 

나만의 언어 발명하기.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까닭이다.

산다는 것은 언어를 갖는 일이며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기억했다.

글쓰기에서 문장을 쓰는 것과 글의 짜임을 배우고 주제를 담아내는 기술은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글을 쓸 것인가' 하는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탄탄한 문장력은 그다음이다. 

 

감응은 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 움직임이라 정의합니다.

감응은 감동에 응함이다. 감동이 가슴안에서 솟구치는 느낌이라면 감응은 가슴 밖으로 뛰쳐나가 다른 것과 만나서

다시 내안으로 들어오는 '변신'의 과정까지 아우른다. 감동보다 훨씬 역동적인 개념이다. 

감응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면 관계가 바뀐다. 내 안에 머무는 것들이 많이지는 것이다.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열심'이 어떤 가치를 낳는가 물어야 한다.

밤이고 낮이고 온 국토를 삽질하는 게 '발전'은 아니듯 자신을 속이는 글,

본성을 억압하는 글, 약한 것을 무시하는 글, 진실한 가치를 낳지 못하는 글은 열심히 쓸수록 위험하다.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이 쓴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들어가며

이 책은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가에 대한 증언이다. 

누군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여지없이 맞닥뜨리는 문제들,

고민들, 실험들, 깨침들, 변화들, 질문들에 관한 이야기다.

글을 쓰고 싶은데 한 문장도 나아가지 못할 때, '왜'라고 묻고 '느낌'으로

써 내려가는 그 섬세한 몸부림의 시간을 담았다. 

지난 4년간 글쓰기 수업의 경험과 고민을 토대로 구성했다. 


◈ 삶의 옹호자로의 글쓰기

 

글 쓰는 이 일이 작가 난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소수의 권력이 아니라 자기 삶을 돌아보고

사람답게 살려는 사람이 선택하는 최소한의 권리이길 바란다.

 

어떤 단어에서 경험을 떠올리고 흐르는 생각을 붙잡아서 글로 풀어내는 것부터가 글쓰기 훈련이다.

글쓰기는 삶의 지속적 흐름에서 절단면을 만들어 그 생의 장면을 글감으로 채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의 경험이 내 경험에 들어있듯, 내 경험도 남의 경험에 연루되어 있다.

삶이란 '타자에게 빚진 삶'의 줄임말이고, 나의 경험이란 '나를 아는 모든 나와 나를 모르는 모든 나의 합작품'인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쥐며느리와 며느리의 차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다.

하나는 기분이 삼삼 해지는 일이고 하나는 몸이 축나는 일이다.

글쓰기 초기 과정은 '질' 보다 '양'이다.

내가 쓴 글이 곧 나다. 부족해(보여)도 지금 자기 모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실패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에서 나는 글쓰기가 좋다.

글쓰기는 곧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 해석당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리는 일이다. 

'과도한 주인공 의식'을 글쓰기에서 버려야 한다. 사람들은 생각만큼 남의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 


 감응하는 신체 만들기

 

 

대량생산, 대량소비는 경제의 법칙이다. 문화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것의 발견, 감정의 세분화, 다름의 향유다.

모든 감정의 평준화를 양산하는 건 결코 좋은 문화가 아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가 일찍이 일침을 가했다.

"사람들은 이제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되었어. 상점에 가서 다 만들어진 물건들을 사는 거야.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어"

 

 사유 연마하기

 

내가 쓴 글이 숨 막히는 세상에 청량한 바람 한줄기 위안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사막을 옥토로 만들 물음의 씨앗을 품고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질문하는 글'은 '생성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왜라고 묻는 글, 자신을 다양한 존재로 개방하도록 등 떠미는 글, 도덕 위에서 춤추도록 깨달음의 오르가슴을 선사하는 글

모든 글(책)의 최종 목적은 '감동'이다. 그리고 진정한 감동은 신체가 바뀌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다.

어떤 각도에서 어떤 문제를 다루는가, 고유의 관점과 해석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작가는 뛰어난 관찰자여야 한다. 

관습적 해석에 저항하는 글을 재미있게 쓰자.

문제의식이란 거창하지도 까다롭지도 않다.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이다. 

 

◈ 추상에서 구체로

 

문장이 길든 짧든 나는 이런 글이 좋다.

사유가 촘촘해서 문장이 흐름을 타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건드리며 인식의 틀을 흔들어 놓는 글.

하나의 메시지나 하나의 문장, 하나의 단어라도 남으면 그건 좋은 글이다. 

그럼에도 자기의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단문 쓰기가 글쓰기를 여는 문이다. 

 

베껴쓰기는 무엇보다 엉덩이의 힘을 키운다. 글쓰기는 정신적인 영역이면서 육체적인 노동이다.

베껴쓰기는 그러니까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록 역사상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지미 핸드릭스의 연주법을

따라 해 보는 것과 같다.

 

 마음에 걸리는 것 일단 쓰기. 어지러운 생각들을 자유롭게 마구잡이로 풀어놓는다. 그리고 편집하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판단해서 덜어내고 보완한다. 행동 표정 대화를 떠올리고 그대로 묘사하여 글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관념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피하세요.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어라.

 

 

내 글이 누구에게 가닿길 바라는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먼저 걸어가고 느낀 자로서 무슨 이야기를 건넬까.

그런 물음에 대한 응답 장치가 사진 한 장 붙여놓고 글을 쓰는 일이다. 

좋은 사연을 들려주고 좋은 음악을 틀어주는 디제이처럼 글쓰기도 나와 닮은 영혼에 말 걸고 위로를 건네는 일이다. 

 

별처럼 반짝이는 하나의 생각을 본다. 계속 응시한다. 어떤 생각은 사라지고 어떤 생각은 태어난다. 

다른 생각들도 이것저것 반짝인다. 생각과 생각을, 경험과 경험을 잇는다. 

금 긋기를 통해 그려지은 어떤 조형. 나의 글쓰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별보다 더 멀어서 아득한 글쓰기 그것이.

 

나보다 더 잘 쓸 수도 없고 못 쓸수도 없다는 말은 희망적이다. 적어도 뿌린 대로 거둘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예전에 아는 사진작가가 백장 찍으면 좋은 사진 한 장 건질 수 있다고 했는데, 글도 열 번쯤 고쳐본다면 좋은 글이 건져질 것이다.

글쓰기에 요행은 없다. 요행처럼 보이는 일이 있을 뿐.

 

직업과 역할의 통념에 눌려 있던 예술가적 본성을 회복할 때 누구나 좋은 필자가 될 수 있다. 

좋은 글은 그 자체로 다른 생각의 자리, 다른 인격의 결을 보여준다. 글은 삶의 거울이다 

글은 삶을 배반하지 않는다. 그것이 글 쓰는 사람에게는 좌절의 지점이기도 하고 희망의 근거이기도 하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글쓰기 강좌명이었습니다. 그 강좌명을 그대로 제목으로 쓰신 거구요.

개인적으로는 삶을 글로 표현하는 어디든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문장수집가답게 시작은 좋은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의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도 좋았습니다. 또한 뒷부분에 나오는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학인들의 글은  

제가 겪어보지 못한 다른 경험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에 글쓰기 수업시간에 읽은 책들 목록이 있어서 손이 가는 책 한권씩 읽어보면 괜찮을듯 합니다. 

 


 

 

작가님은 이 책을 2015년 세월호 1주기에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중간중간 위의 사진처럼 노란색의 여백의 종이가 보입니다. 

세월호의 1주기를 추모하는 작가님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도 세월호 참사 한달 전에 사랑하는 형이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형에 대한 슬픔이 사라지기도 전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월은 야속하게 형에 대한 생각을 점점 희미하게 만듭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꽃다운 청춘들이 기억에서 희미해져 갑니다. 

애니메이션 COCO(코코) 에서 '죽은 사람이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망자의 세계에서도 사라져 버리는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억해주길...


은유님의 또 다른 책 <쓰기의 말들> 입니다.

2021/02/01 - [책과같이] - 쓰기의 말들

 

쓰기의 말들

블로그 이웃의 글을 보다 알게 된 책이다. 몇 개월 전부터 티스토리와 네이버 블로그에 책을 읽은 후 짧은 후기들을 남기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욕심이

sunheu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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